「난 할 수 없어」의 장례식

 

「난 할 수 없어」의 장례식

 

 

여교사 도나 선생님이 맡은 초등학교 4학년 교실은 다른 교실들과 다를 바가 없었다. 도나 선생님의 교실로 들어간 나는 교실 뒤켠의 빈 의자에 앉아 말없이 수업을 지켜보았다. 학생들 모두 무슨일인가 열심히 하고 있었다.

 

노트를 한 장 찢어서 그 위에다 뭔가 자신의 생각들을 적어 내려가고 있는 중이었다. 옆에 앉아 있는 열한 살 짜리 여학생의 책상을 넘겨다보니 '난 할 수 없어'라는 제목의 글로 종이를 메워 가고 있었다.

 

"난 축구공을 멀리까지 찰 수 없어."

"난 세 자리 숫자 이상은 나눗셈을 할 수 없어."

 

그 여학생은 그런 식으로 벌써 절반을 써 내려 갔으며, 그만둘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. 난 다른 학생들의 종이를 곁눈질하기 시작했다.

모두가 자신이 할 수 없는 일들을 한 줄씩 적어 내려가고 있었다.

 

"난 팔굽혀 펴기를 할 수 없어."

"난 홈런을 날릴 수 없어."

 

이윽고 도나 선생님이 학생들에게 종이를 반으로 접어 앞으로 제출하라고 지시했다. 학생들은 한 명씩 앞으로 걸어나가 자신들이 쓴

'난 할 수 없어' 목록을 교탁 위에 놓인 빈 신발 상자 안에 집어넣었다.

학생들이 모두 용지를 제출하자 도나 선생님은 상자 뚜껑을 닫은 다음 그것을 팔에 끼고서 교실 밖으로 걸어나갔다.

 

학생들과 나도 선생님을 따라 운동장으로 나갔다.

도나 선생님은 삽으로 땅을 파기 시작했다.

자신들의 '난 할 수 없어'를 땅에 파묻으려는 것이었다.

땅을 다 파는 데는 30분이 넘게 걸렸다.

땅을 충분히 판 후 도나 선생님이 학생들에게 말했다.

 

"여러분, 다 같이 손을 잡고 고개를 숙입시다."

 

학생들은 따라했다. 선생님이 장례식 때처럼 조문을 읽어 내려갔다.

"우리는 오늘 '난 할 수 없어'를 추모하기 위해 이 자리에 모였습니다.

그가 지상에서 우리와 함께 있을 때, 그는 모든 사람들의 삶에 영향을 미쳤습니다. 불행하게도 그의 이름은 모든 공공 장소에서 자주 입에 올려졌습니다.

우리는 이제'난 할 수 없어'에게 마지막 인사를 할 것이며, 비석까지 세울 것입니다.

그는 떠나갔지만, 그의 형제 자매인 '난 할 수 있어'와 '난 해낼거야'는 우리 곁에 살아 있습니다.

이들은 아직 잘 알려져 있지 않고, 아직은 그 친구만큼 강하지 못합니다. 하지만 여러분의 도움을 받는다면 이들도 언젠가는 세상에 큰 발자취를 남기게 될 것입니다.

 

"난 할 수 없어'여, 편안히 잠드소서. 그리고 이 자리에 모인 모든 사람들이 그가 없는 멋진 인생을 살아가게 되기를 바라는 바입니다. 아멘"

 

여러 해가 지난 지금,누군가 "난 할 수 없어."하고 말할 때 마다

나는 초등학교 4학년 학생들의 그 장례식 장면이 눈앞에 떠오른다.

그 학생들과 마찬가지로 나 역시 그날 이후로 '난 할 수 없어'가

죽었다는 사실을 잊지 않고 있다.

by 언식 | 2006/09/22 10:19 | Relaxing | 트랙백 | 덧글(0)

트랙백 주소 : http://icdia.egloos.com/tb/370420
☞ 내 이글루에 이 글과 관련된 글 쓰기 (트랙백 보내기) [도움말]

:         :

:

비공개 덧글

◀ 이전 페이지          다음 페이지 ▶